“차, 다 그게 그거야”
“차, 다 그게 그거야”
일반 사람들은 생각하기에 자동차가 다 그게 그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 정비할 줄 아는 사람이면
모든 차를 다 정비할 수 있는 것 아니야란 “상식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맞는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지만, 꼼꼼히 따져보자면
반은 맞고 반은 그렇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동차 메이커에 따라 차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독일차는 다른 나라에서
만드는 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일차는 뭔가 시스템이 다르지 않아?”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면서 말입니다.
증거와 사실이 너무나 명확한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도 태극기 집회에 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얼마나 무식한지,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에 대한 상식이 없거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2차 대전 때 독일만 탱크를 만들고, 전투기를 만들고, 잠수함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미국도 그런 것들을 모두 만들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미국이 만드는 비행기와 전투기와 잠수함이 세계 최강입니다. 자동차는
어떻습니까? 자동차는 미국과 독일뿐만 아니라 웬만한 모든 나라에서 모두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이 독일차라고 뭐 특별히 다를 것이 없습니다. 품질수준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이커들의 수준이 점점 더 평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독일차의 품질 수준이 혼다나 토요다나 GM차에 비해서 떨어지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BMW나 벤츠 메니저들이 독일차에는 컴퓨터가 70개 정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습니다.
정말 빈정상하는 소리입니다. 차에 컴퓨터라고 하면, 엔진콘트로러 정도만 있는 걸로 아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소리 듣고, “역시 독일차는 다르구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그만 콘트롤러도 모두 컴퓨터라고 치면 요즘 차에 컴퓨터가 그만큼 들어가는 차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컴퓨터 70개 정도 들어가는 차종은 메이커마다 거의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상황입니다. 요즘은 테일게이트(tailgate)를 여닫 것에도 컴퓨터(콘트롤러)를 장착합니다.
장애물 감지 센서를 콘트롤하는 컴퓨터도 있고,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것을 합치면 한
차에서 컴퓨터 70개를 모으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차가 다 그게 그거 아니냐?”에 대해 “예”와 “아니오”로만 답해야 한다면, “아니요”가 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 기본적으로는
같은 기계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같은 것이 아니다, 다르다 라고 얘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동차 부품의 형상과 위치
같은 용도로 쓰이는 동일 이름의 부품이라도 회사에 따라 그 모양과 크기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 부품이 있는 위치도 다릅니다. 어떤 자동차의 부품은 교체하는데 10분이면 간단히 끝나지만, 다른 어떤 자동차의 부품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많은 부품들을 들어내고 작업해야 하는 관계로 몇시간씩 소요될 수
있습니다. 작업 시간은 정비비용, 자동차 주인이 수리비로 지불해야 하는
돈, 정비공이 벌 수 있는 돈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같다고 이야기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부품의 재료와 구조
부품의 모양이나 위치뿐만 아니라 부품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재료들도 메이커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자동차에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는
볼트와 너트의 크기뿐만 아니라 재료, 표면처리들도 각양각색입니다. 차량경량화를
위하여 철을 알루미늄 합금으로, 알루미늄을 플라스틱으로 바꾸고 있지만, 재료선정에 실패한 엔지니어링 때문에 정비를 어렵게 하고, 정비비용이 증가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철과 결합된 알루미늄은 부식으로 인하여 볼트를 풀어내고, 부품을 분리하기 힘들어 애먹다가 볼트가 부러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플라스틱 부품은 경화되어 부러지거나 으깨지기 일쑤입니다.
구조적으로 정비성이 고려된 엔지니어링은 작업해야할 부품이 손이 가기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 작업 공간도 충분하지만,
그렇지 못한 차들은 작업해야 할 부품이 잘 보이지도 않거니와 손이 들어갈 공간이 전혀 없어 정비공들이 패닉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품 하나를 교체하기 위해 엔진을 들어내거나 움직여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두고 차가 다 그게 그거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비지원 시스템
요즘 차들은 차의 시스템을 콘트롤하는 컴퓨터들이 수십개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 정비소에 들어온 차들을 정비하기 시작할 때,
스캐너로 무슨 코드(code)가 컴퓨터에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정비공들이
우선적으로 하는 작업입니다. 그 코드를 가지고 하는 다음 행동이 무엇이냐?
헤당 메이커의 자동차를 정비해주는 딜러에는 정비공들이 쓰는 컴퓨터가 있습니다. 그 컴퓨터를 열고, 스캐너로
진단해낸 코드를 키워드로 사용하여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진단방법과 정비매뉴얼을 가지고 정비공들은 다음 작업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딜러가 아닌 조그만 정비샵들은 애프터마켓 정비지원 시스템을 구매하여 사용합니다. 하지만 애프터마켓 정비지원 시스템은 딜러의 오리지널 시스템에 비하여 매뉴얼 내용도 부실하고 지원해주는 내용도 제한적일수 밖에 없습니다.
좌우지간 조그만 개인 정비소에 고장난 자동차를 가지고 갔을 때, 정비공이나 주인이
차에 매달리지 않고, 컴퓨터 앞에 매달리는 것은 정비공이나 정비소 주인이 손님을 무시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로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 사람들이 이런 걸 잘 모릅니다.
메이커의 서버에 인터넷으로 연결된 (공식 지정 딜러들만 메이커의 서버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산시스템이
요즘 정비공들이 가장 파워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비지원 시스템입니다. 이 정비지원 시스템의 내용이 메이커마다의
기업비밀이기 때문에 메이커마다의 정비지원 시스템이 그게 그거다 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경험한 토요다의 정비지원 시스템과 GM의 정비지원 시스템이 다릅니다. 두 회사의 시스템 모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토요타보다 GM이 더 강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회로도 보기도 토요타보다 GM이 훨씬 더
간결하고 디테일합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피드백이라고 할 있는 TSB
(Technical Service Bulletin)을 내는 것도 GM이 훨씬 빠르고
대응하는 내용도 적극적이고 간결합니다.
토요타 딜러에 이어 GM딜러에서 연이어 일을 하면서 비교해보니, GM이 은근 강점이 많습니다. 품질이나, 정비성에서 앞서는 면이 많고, 정비공이 일하기는
차의 구조나 회사 환경과 지원 시스템이 훨씬 낫습니다. 테크니션에게 실시하는 교육면에서도 토요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GM이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그만 소형차에서는 아직도 토요타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면이 있지만, 트럭에 있어서만은 토요타는 GM의
상대가 되질 못합니다. 특히 토요타의 툰드라나 타코마가 GM의 실베라도에는
범접할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독일차에 대해 조금 더 부언을 하자면,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자동차의 성능이나 품질면에서 미국,
일본차와 견주어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기계적으로나 무슨 시스템적으로 독일차가 가진
강점은 별로 찾아내볼만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차에 비해 단점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값도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특히, 정비성과
정비비용은 비교불허입니다. 가치에 비해 가격만 쓸데없이 비싼 것이 독일차라고 보면 됩니다.
7만불짜리 독일차를 사면 2~3년 만에 차의 반값이 증발해버리는 것이 독일차입니다.
그에 비해 일본의 혼다나 토요타 소형차들은 신차에서 중고차로 변하면서 떨어지는 가격의 곡선이 대단히 완만합니다.
이런 상식적인 현상을 가지고도 막연하게 무조건 독일차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보면서도, 박근혜가 죄없다고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과 멍청함의 수준이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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