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레이크, 2012년 9월 2일
레인보우 레이크
written at Sep 9, 2012
황금연휴를 맞아 거리가 차들로 북적거립니다. 주유소에는 모터싸이클들이 유난히 많이 보입니다. 듀얼 퍼포즈 바이크가 대세인듯 꽤 많이 눈에 띕니다. 아스팔트를 달리다 비포장 산악도로를 맘껏 누빌 수 있는 모터싸이클입니다. 모터싸이클 뒤에 야영장비를 싣고 깊은 산악을 누비다 캠핑을 하고 올 수 있습니다.
레이보우 파크에도 아침나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레인보우 레이크 트레일 초입의 좁은 주차 공간에는 이미 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습니다. 멀리 미국 네바다에서 온 차도 보이는데, 사람들이 바이크를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레인보우 트레일로 들어서 조금 올라가니 레인보우 폭포가 나타납니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이 사파이어 물빛깔, 정말 신비롭습니다.
아름답고 잔인한 트레일, 레이보우 트레일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근의 여러 트레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트레일을 오르는 내내 물을 만날 수 있고, 폭포들을 만날 수 있고, 끊임없이 변하는 다양한 경치와 트레일 주변 풍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비가 없는 트레일입니다. 가파른 경사가 끊임없이 펼쳐져 한순간도 숨을 고를 여지가 없습니다.
트레일이 얼마나 힘든 트레일인지는 1km당 몇 미터 수직상승하느냐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레인보우 트레일은 8km를 걸어서
850올라가는 것이니, 1km당 100m정도씩 수직상승하는 셈이 됩니다. 가리발디 레이크는 9km를 걸어서
810m를 오르는 것이니
1km당 90m를 상승하는 셈입니다. 경사면의 가파르기가 레인보우가 가리발디보다 더 가파른 것입니다. 가리발디도 올라가면서 죽는줄 알았는데, 레인보우는 그것보다 더 심한 것입니다. 참고로 엘핀 레이크 트레일은 11km를 걸어서 600m를 오르는 트레일입니다. 1km당 평균 50m를 오르는 길이지만 엘핀 레이크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11km라는 긴 거리와 가파른 경사면이 트레일 초반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초반부의 트레일 풍경이 별로 예쁘지 않은 것도 하이킹을 지루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 엘핀 레이크, 가리발디 레이크, 치카무스 레이크, 레인보우 레이크 등 이름있는 레이크 트레일을 섭렵해보았습니다. 다음으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트레일은 웨지마운트(Wedgemount) 레이크 트레일입니다. 이 트레일은
7km 걸어서 1,200m를 올라가야 합니다. 1km당 170m를 오르는 대단히 힘든 트레일입니다. 레인보우 트레일을 오르면서 1km당 100m
오르는 길도 자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경사가 쉼없이 이어지고 내려올 때도 힘들어서 ‘끙’소리가 절로 나오는 트레일인데,
1km당 170m의 경사길은 상상이 되지 않는 트레일입니다. 밴쿠버 주변의 트레일 중에서도 가장 힘들기로 소문이 난 트레일입니다. 하지만 이 트레일이 매력이 있는 것은 트레일을 올라 웨지마운트 호수에 다다르면
1,910m 높이에서 호수에 붙어있는 빙하의 장엄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트레일로 스쿼미쉬에 스타와무스 칩(Stawamus
Chief) 트레일이 있습니다. 가파르기로 소문난 바위산 트레일입니다. 남쪽의 제1봉을 오르는데, 3.5km를 걸어
500m를 오릅니다. 그러면
1km를 걸어 대충 140미터를 오르는 경사입니다. 스타와무스 칩을 올라본 사람이면 그게 얼마나 살인적인 경사인지 알 것입니다. 그나마 정말 잘 가꾸어지고 관리되어서 그나마 헥헥거리면서도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1km에 170m를 오르는 경사는 얼마나 끔찍할지 숫자만으로도 상상이 될 일입니다.
트레일을 오르는 사람을 찍으려는데, “김치”하며 포즈를 취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안 모양입니다.
그리고 김치가 뭔지 아는 사람들입니다.
트레일에서 곰들이 먹는 베리란 베리들은 다 볼 수 있습니다.
트레일을 오르다보면 레인보우 레이크가 3.5km 남았다는 표식이 보이는 지점께에 비경을 이루고 있는 폭포가 하나 보입니다.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폭포입니다.
왜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급한 경사길 트레일을 할아버지 할머니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숲이 좋은 목재감으로 꽉 차있습니다. 주로 햄럭(Hemlock),
퍼(Fir), 세다(Cedar) 수종들입니다. 캐나다는 정말 나무 부자입니다. 한국의 소나무종인 파인(Pine)과는 좀 다른 종입니다. 한국의 소나무같이 꾸불꾸불 자라는 것이 아니라 곧바르게 하늘로 치솟아 재목으로 쓰기에 좋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의 것이 퍼(Amabilis Fir)이고, 오른쪽의 것이 햄럭(Mountain Hemlock)입니다.
5킬로미터 지점을 지날 즈음 메도우(Meadow)
지역이 나타납니다. 트레일 좌우로 습지와 여러가지 야생화들을 볼 수 있습니다. 메도우 지역을 지나면 또 가파른 숲길을 오르며 땀을 흘려야 합니다. 그러다 뷰 포인트가 나오는데 거기서 블랙콤의 스키 슬로프를 같은 눈높이로 볼 수 있습니다.
뷰 포인트를 지나면 곧이어 서스팬션 브릿지가 나옵니다. 그 높은 산속에 멋진 다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1,400미터가 넘는 곳에 호수가 있고 그곳에서 물이 흘러나오다보니 산 높이 올라갔는데도 수량이 풍부한 개울(creek)을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호수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니 호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보입니다. 드디어 호수 초입에 도달했습니다. 산 위에 정말 예쁜 호수가 있습니다. 가리발디 호수같이 장엄한 모습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호숫가를 따라 만들어진 트레일을 돌고 있습니다. 호수의 물빛깔이 보석같습니다. 산 높이 올라와서도 힘이 남는지, 트레일을 달리는 사람도 보입니다. 호수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이제 산을 내려가야 합니다. 트레일이 산의 북면을 따라 만들어져 어둠이 일찍 잦아듭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정말 힘듭니다. 너무 힘들어서 ‘으아’하는 아우성이 절로 나옵니다.
메도우(meadow) 지역을 지나는데 찍찍이들이 나타나 ‘찍찍’거리며 경고음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소리는 나는데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치카디(Chickadee)들입니다. 운 좋게 한마리를 앵글에 잡았습니다.
산을 거의 내려왔을 즈음에 길가에 잠깐 앉았더만 나무 위에서 다른 찍찍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이 소리도 소리의 진원지를 보기 쉽지 않은데 운좋게 한 컷 잡았습니다.
자기 영역임을 주장하는 소리입니다. ‘너 다 가져!’
드디어 산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배가 고파 가끔 들리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마을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웬일로 식당 안에 밥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말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밥먹고 나오는데, 그제야 식당에 늦은 시간에 도착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입구에서 늦어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난감한 표정들입니다. ‘휴, 다행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게 지체되었다면 밥도 못 얻어먹을뻔 했습니다. 정말 허리 휘어지고 발바닥 불나게 논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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