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Seasons at a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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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easons at a time 밴쿠버의 3월 중순, 사계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뻥 뚫린 파란 하늘로 태양볕이 강렬하기가 한 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모자로 얼굴을 가리지 않을 수가 없을 지경으로 볕이 강렬합니다. 목련은 이미 개화한 것들이 보이고, 벚나무 봉오리들은 곧 터질듯이 보입니다. 그렇게 집을 나서면서는 봄과 여름을 느꼈습니다. 다운타운에 볼 일이 있어 들린 다음, 웨스트 밴쿠버 뒷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귀가 대기압의 변화를 느낄 때쯤 길가에 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싸이프러스로 올라가니, 오늘 스키 타러 온 사람이 많은지 초입부터 주차 관리를 합니다.  싸이프러스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노르딕 스키장이 있는 홀리번쪽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스노슈즈를 신고 눈 위를 걷는 사람들도 보이고, 노르딕 스키를 즐기는 사람도 보이고, 썰매장에서는 사람들이 썰매를 타고 있습니다.  주차장 깊숙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숲으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눈이 오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3월초에 산 위에 눈이 여러 차례 내려 여름 가뭄 걱정을 다소 덜었습니다. 트레일에 눈이 60cm 이상 쌓여 있습니다. 타운에는 눈이 오지 않아 자동차 딜러에서는 스노 타이어를 예년에 비하여 반 정도 밖에 팔지 못했습니다. 11월부터 눈이 오고 12월에도 큰 눈이 두어번 와야 미리 준비해놓은 스노 타이어들이 모두 팔려나갈텐데 올해는 타운에 너무 눈이 오지 않아 타이어 장사는 죽을 썼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에 날씨가 다시 추워지는데, 산 위에 눈이 더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녁으로 소고기 국을 끓여먹을 생각으로 무를 사러 웨스트 밴쿠버의 파크로열몰에 들렸습니다. 오사카 수퍼마켓에서 무를 팝니다. 몰로 올라가면서 보니, 역시나 주말에 사람들이 바글거립니다. 푸드코트의 팀호튼즈에서 차와 도넛을 사서 먹으며 분위기를 즐기고 있자니, 사람들의 별 꼴들이 다 보입니다. 한 노인네는 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일을

참새 스쿼미쉬 방앗간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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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스쿼미쉬 방앗간에 가다 스쿼미쉬에 살러 간 것은 2011년 여름입니다. 거기에서 2년을 살았습니다. 스쿼미쉬는 밴쿠버에서 차로 한시간 밖에 떨어져있지 않지만 시골입니다. 시골이라고 했지만 시골이 아닌 것같은 모습도 있고, 역시나 시골이기도 한 그런 곳입니다. 월마트나 홈디파 같은 큰 미국계 기업이 있고, 자동차 딜러도 3곳이나 있는데 시골이라고 치부하기엔 좀 민망한 면이 있습니다. 한국의 시골이라면 그런 수준의 가게들을 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반면에 시골스러운 모습은 우선 풍경입니다. 백두산 높이만한 산이 바로 눈 앞에 압도적으로 서있고, 주변이 온통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시골 중에서도 상시골풍경입니다. 그런 것들이 장점일 수 있습니다. 캐나다 사람들이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대도시에서 가깝고 주변이 온통 아웃도어 액티비티 천국이니 그게 좋아 스쿼미쉬에 들어와 사는 사람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시골인데 월마트 있고, 세이브온 푸드같은 그로서리 마켓도 몇 개 있고 캐나디언 타이어같은 잡화점도 있으니 시골 생활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상점도 제대로 구비되어 있으니 편리함까지 완벽하게 갖춘 셈입니다.  스쿼미쉬에 2년 산 것은 캐나다에 와서 제대로 캐나다 사람답게 살게 해준 선물같은 세월이었습니다. 밴쿠버에서 휘슬러까지 가는 것은 좀 무리가 되는 거리인데, 스쿼미쉬에서 휘슬러는 꽤 갈만한 거리입니다. 그래서 여름이면 주말마다 휘슬러에 올라가 2천미터 산 위를 누빈 추억이 있습니다. 스쿼미쉬에서 휘슬러 사이에 곳곳에 숨어있는 이름난 트레일들을 모두 섭렵한 것은 인생 최고의 아웃도어 엑티비티 버킷리스트를 완성한 폼입니다. 한국 사람이 캐나다에 와서 스쿼미쉬와 휘슬러의 뒷골목까지 모두 누볐다? 정말 엄청난 행운을 누린 것입니다. 그러다 10여년 전, 웨스트 밴쿠버로 나와 살면서는 웨스트 밴쿠버의 산들을 누비기 시작했습니다. 웨스트 밴쿠버에도 곳곳에 좋은 산악 트레일들이 많습니다. 앰블 사이드 피어에서는 낚시를 즐기

은퇴하고도 일을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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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도 일을 해보니 지구촌에 컴퓨터 과학이 태동하려고 꿈틀거리고, 과학자들이 네트워크 개념을 생각할 즈음에 저도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ARPA(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가 인터넷의 모태가 된 ARPANET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저는 국민학교(나중에 초등학교라고 이름이 바뀌었지만) 6학년이었습니다. 저의 인생처럼 그렇게 미약하게 시작되었던 인터넷인데, 제가 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대리, 과장으로 진급할 즈음에는 한국에서 전화선을 이용하여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화선을 이용하는 인터넷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동안은 전화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두 개를 개통해서 한 선은 인터넷 전용으로 쓰는 호사를 떤 역사가 있습니다. 그 당시 인터넷이라고 해야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뎀을 이용해야 했고, 속도도 빠르지 않아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천리안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용하는 PC의 화면도 흑백화면에 텍스트 기반의 도스 운영체제였습니다. 모니터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고, 도스에서 윈도로 바뀌면서 윈도다운 윈도를 쓰게 된 것은 윈도95가 나온 1990년대 중반 즈음입니다. 하지만 그때도 모니터는 화면이 컬러로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 브라운관 모니터였습니다. 지금같이 평판 모니터가 나온 것은 그 후로도 한참 뒤였습니다.  제가 꼬맹이 때는 집에 전화 있는 집이 드물었고, 전화가 없는 집은 길에 세워진 공중전화 부스(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이는)를 찾아 전화를 해야 했습니다. 그후 경제발전을 한참 한 뒤에야 집집마다 전화가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집전화 있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고 각자 개인들이 손에 자기 전화를 하나씩 가지고 있고, 어디 신상명세서 써낼 때도 이제는 집전화번호 적는 칸이 아예 없어져 버렸으니 천지가 개벽할 변화라 아니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옛날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MZ세대?) 지금처럼 집에 전화는 없고, 대신 고속 인터넷 선이 깔려 있고, 그 인터넷을 스마폰을 들고 다

두 계절 사이,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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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계절 사이, 10분 새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꽃피는 춘삼월입니다. 밴쿠버에는 봄기운이 느껴지는데, 밴쿠버보다 훨씬 밑에 있는 미국 네바다 씨에라에는 눈이 3미터나 내린다고 하니 지구촌 기상이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세계 곳곳이 홍수에, 폭설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에, 재난이 장난이 아닌데, 밴쿠버에서는 아직 그런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겨울에 눈이 예년에 비해 너무 내리지 않아 여름 가뭄과 산불이 걱정이었는데, 그 걱정이 하늘에 닿았는지, 3월 초에 노스밴쿠버 뒷산 그라우즈 스키장에 이틀동안 눈이 53cm나 쌓였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베란다로 나가보니 영하는 아니지만 영도에 가까운 낮은 기온이라 냉기가 확 느껴집니다. 산위를 보니 산위에는 눈이 내렸고, 산위 부잣집 지붕들도 하얗게 눈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바닷가로 나가보니, 사람들이 가벼운 차림으로 해변을 산책하고 있고 필드에서는 여자애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필드하키를 즐기고 있습니다. 봄과 겨울, 두 계절이 한 눈에 들어오는 기가막힌 풍경입니다. 산위로 올라가보니 피클볼 코트가 눈에 덮여 있습니다. 산위쪽은 영하의 기온이고, 바닷가 타운은 산위쪽보다 5도 정도 높은 기온입니다. 고도 차이 때문에 차로 10분 떨어진 거리에 두 계절이 공존합니다.

소고기 바꿔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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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바꿔 타기 호주와 미국에서 고기 좀 먹는 사람들이 건강한 소고기로 마블링이 없는 소고기를 먹는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집도 고기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마블링은 소들이 풀이 아니라 옥수수를 먹으면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들이 옥수수를 먹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밥이 아니라 설탕을 퍼먹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에게 싼 풀이 아니라 비싼 옥수수를 먹이는 것은 왜일까요? 단기간에 체중을 불려 이익을 빨리 많이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기는 것이 하얀 마블링인데 이게 맛은 있습니다. 그걸 역으로 이용하여 마블링이 많은 것이 좋은 고기인 것으로 포장을 한 것인데, 그런 사기극에 제대로 넘어간 나라가 한국입니다.  마블링은 소들이 옥수수를 먹어 생긴 부작용인 셈입니다. 운동부족, 스트레스, 부적절한 식습관으로 당뇨가 생기고 신체가 망가진 사람처럼, 좁고 더러운 공간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풀대신 옥수수를 먹은 소들의 장기는 간과 내장이 엉망으로 망가져 있다고 합니다. 소를 그렇게들 키우고 있으니 앞으로는 소내장탕이나 곱창전골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특히 소 생간은 위험한 식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블링에는 소의 고통이 들어간 지방독소가 들어가 있어 맛은 좋을지 모르나 사람몸에도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개념을 가지고 코스트코에 진열되어 있는 고기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소고기 써로인(sirloin tip) 마블링 없는 1.9kg 포장이 20불 정도인데 반해, 마블링 많은 소고기 립(rib) 스테이크 포장이 1.7kg 정도에 60불이 넘습니다.  좋지 않은 고기를 3배 비싸게 사먹는 셈이 됩니다. 돼지 삼겹살은 3kg에 30불 정도합니다. 이걸 kg당 가격으로 다시 비교해보면, 소고기 립 스테이크 $39.99/kg 소고기 써로인 $10.99/kg 돼지 삼겹살 $11.49/kg 심지어 마블링이 없는 부위 소고기는 돼지 삼겹살보다도 가격이 쌉니다. 마블링 없는 소고기를 사다가 프라이팬에

Fla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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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er 20년 묵은 고물 쉐비 트레일브레이저가 정비하러 지엠 딜러에 왔습니다. 오른쪽 턴시그널 램프만 작동하고 왼쪽은 앞뒤 모두 턴시그널 램프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왔습니다.  이런 전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전기회로도입니다. 전기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전기의 흐름이 어디에선가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파워가 어디에서 시작하여 전기선을 따라 어디로 흐르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진단의 시작입니다. 회로도를 보니 배터리에서 출발한 전기가 시그널 램프로 가기 전에 퓨즈가 있는데, 왼쪽과 오른쪽용이 하나씩 별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퓨즈 전에 플래셔가 있습니다. 램프 전에 있는 퓨즈들은 왼쪽 뒷좌석 밑의 퓨즈 박스에 있습니다. 작동이 되는 오른쪽 턴시그널을 켜고 오른쪽 퓨즈에 테스트 램프를 대보니 깜박깜박 플래슁을 합니다. 플래셔가 퓨즈에 전기를 공급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플래셔와 멀티펑션 스위치 두 개를 모두 의심해볼 수 있는데, 비상등 스위치를 켜보니 이때도 역시나 오른쪽만 작동을 합니다. 그렇다면 일단 플래셔가 잘못되었을 확률이 아주 높아집니다. 그러면 이 플래셔는 어디에 있을까요? 어떻게 생긴걸까요? 이 플래셔도 자동차 구석구석 여기저기 박혀있는 컴퓨터 모듈처럼 커넥터를 가진 검은 색 플라스틱 박스입니다. 컴퓨터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한 수준의 모듈입니다. SI(Service Information)을 보면 운전석 무릎 앞의 판넬을 떼어내면 거기에 붙어있다고 하는데, 판넬을 떼어내지 않고도 끄집어 낼 수 있습니다. 플래셔를 새 것으로 교체하니 모든 턴시그널 램프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합니다.  아래 그림 설명: A: 엔진룸 퓨즈블럭. 플래셔에 전원 공급. B: 플래셔. 멀티펑션 스위치의 선택에 따라 턴시그널 램프 전에 있는 퓨즈에 깜박거리는 파워 전달. C: 멀티펑션 스위치. 운전자가 차량 선회방향에 따라 선택하는 핸들에 붙어있는 스위치. 통상 막대모양.

Stone Tower Bui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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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 Tower Builder 웨스트 밴쿠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동네입니다. 배산임수의 명당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입니다. 심지어 임수의 수가 강이 아니고 무려 바다입니다. 동네 앞 바다인데도 바닷가에서 어른 손바닥보다 큰 게와 가자미가 잡힙니다. 바다 수달도 보이고 물개도 보입니다. 동네 뒷산은 그냥 조그만 동산이 아니고 천미터가 넘는 첩첩산중이고 스키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이 동네 곳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연어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어느 관광지 못지 않게 훌륭한 천연자원(?)을 갖춘 동네인데도, 해변 곳곳에 좋은 파크가 있는데도 외지 사람들은 거의 찾지 않고 동네사람들만 즐기는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멋진 바닷가는 대부분 개인 저택들이 해안을 차지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해변을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웨스트 밴쿠버의 굉장히 긴 해안 구간이 산책로로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해안을 따라 건설된 철도 때문입니다. 철도가 지나는 시끄러운 곳에 일반 고급 주택이 들어설 수 없어 철로 안쪽으로는 주로 고층 아파트들을 지었고, 해안쪽으로는 산책로를 만들게 되면서 이 산책로가 웨스트 밴쿠버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비씨주 패밀리 데이, 매년 2월 세번째 월요일이 패밀리 데이 국정 공휴일입니다. 아침 느즉히 웨스트 밴쿠버 해안 산책로 씨웍(Seawalk)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와!” 이 산책로가 오늘 아침처럼 이리 붐비는 것도 참 생소한 풍경입니다.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나왔습니다. 햇볕이 좋은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사람 구경, 걸으면서 물멍, 시원하고 맑은 공기, 그런 것들을 즐기며 걷다보니, 바닷가 돌더미 위에 돌탑을 쌓아놓은 것들이 보입니다. 기가막힌 솜씨로 아슬아슬하게 잘 쌓아올렸습니다. 처음 이걸 봤을 때는 접착제로 붙여놓을 것 아닌가 싶어 위쪽의 돌을 한번 들어본 일이 있었는데, 들어보면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접착제 없이 그냥 균형만 잡아 쌓아올린 것이었습니다.